Tuesday, July 9, 2013

[아시아나 사고-종합]美선 조종사 과실에 '무게'… 아시아나 '섣불리 단정말라' 반발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지난 6일 항공사진으로 아시아나항공 214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충돌한 뒤 그 잔해가 활주로 인근 부지에 있다. 사고 당시 이강국 기장의 보잉 777기 비행시간은 43시간이었고 교관 기장으로 탑승한 이정민 부기장은 교관으로 첫 비행이었다. 2013.07.10 2013-07-09

【서울=뉴시스】정의진 기자 =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 과실'쪽으로 무게가 실리자 아시아나항공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로 밝혀질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탑승률 하락에 따른 금전적 손실 외에도 그간 항공사로서 어렵사리 쌓아온 신뢰마저 잃게 될 수 있다.

이번 아시아나 사고는 원인이 규명되기 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장 2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다 항공사와 공항 간의 매우 까다롭고 미묘한 이해가 얽혀있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선 자칫 미국 현지의 '여론재판'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 분위기가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미국 현지 분위기는 '조종사 과실'에 무게 

앞서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는 8일 "조종사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착륙시 사고기를 조종했던 이강국 기장, 이정민 기장을 불러 3일 간 조사한다.

조종사들이 어떻게 사고기를 조종했고, 어떻게 훈련을 받았고, 어떤 비행 경험을 지녔는지 살피겠다는 것. 한마디로 항공사의 기본능력에 대해 점검해보겠다는 이야기다.

이는 NTSB가 조종사 과실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밝혔던 사고기의 착륙 직전 속도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재차 확인했다. NTSB에 따르면 사고기는 방파제와 충돌하기 16초 전 시속 207.6㎞의 속도를 유지했다. 이는 권장 속도 252.7㎞보다 한참 느린 수치다.

현지 언론도 NTSB의 판단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나 214편 조종사의 B777 경험 부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강국 기장이 사고기 기종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운항한 건 처음이었다"고 보도했다. 

CNN 또한 "여객기를 조종했던 이강국 기장이 사고 기종인 B777을 9차례(43시간)밖에 운항하지 않았다"며 조종 과실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메어리 시아보 미국연방교통부 항공사고 조사관의 발언을 인용헤 "비디오와 자료를 살펴보니 조종사들의 부주의가 의심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조종사 과실이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NTSB 등 조사 당국이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아예 배제하고 있다"며 "조종사 과실에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기자실에서 사고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3.07.09. fufus@newsis.com 2013-07-09

해당 기사의 제목 또한 '경험이 거의 없는 아시아나 기장'으로 뽑았다.

◇아시아나, '사고 원인 섣불리 단정말라' 반발

아시아나는 미국 현지의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사고기를 운항했던 기장 2명 모두 비행 시간이 1만 시간 전후로 베테랑 조종사"라고 강조하며 '섣불리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측이 '조종사 실수'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아시아나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면에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구조적 또는 시스템적 결함 또는 비행기 자체 결함 가능성을 일축하고 '100% 아시아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9일 브리핑에서 "착륙시 교관기장으로 있던 이정민 기장과 관숙비행을 했던 이강국 기장은 각각 33회, 29회의 샌프란시스코 비행 경험이 있다"며 "충분한 기량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분위기와 달리 '조종사의 어설픈 비행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사고 원인 규명의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시각이다.

국토교통부 또한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는 미국 현지 분위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칫 하면 "조사 결과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실장은 "NTSB 발표 내용만으로 조종사 과실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며 "더욱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에 따라 사고 원인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영두 사장은 오후 5시30분 OZ214편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이와 관련 윤 사장은 "항공사 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NTSB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에 집중된 만큼 직접 NTSB를 방문해 현지 분위기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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